[사진] 필름사진 찍는 이야기

sky

Pentax | Me Super | 50mm | Kodak | ColorPlus 200

들어가며

나는 사진이 좋다. 아이폰보다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더 좋다. 카메라 중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필름 카메라가 더 좋다.

딱히 기술적인 이유는 없고, 필름 장전하고 당기는게 재미있어서 쓴다. 필름이 저렴하지 않다 보니, 셔터 한 방이 무거워지고 사진 한 장이 조금 더 가치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카메라

me super

출시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Pentax Me Super를 쓰고 있다. 원래는 MX를 사려고 했는데, 사진관에 가서 Me Super를 만져보고는 자동 셔터속도 기능이 생각보다 편하다 싶어 마음을 바꿨다.

매물은 이베이에서 주워왔다. 작년 말 즈음에 샀는데, 한 90달러 정도 했던 것 같다. 렌즈는 같이 따라온 50mm F1.7 프라임 렌즈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게 참 마음에 든다. 셔터막도 흐물흐물한 천이 아니라 금속막이다.

필름

UltraMax 400

가장 처음 쓴 필름은 코닥에서 나온 UltraMax 400이다. 맨 처음 SLR을 구해서 사진관에 갔는데 딱 하나 남아있던 필름이다.

campus

울트라맥스로 찍은 사진. 왼쪽이 어두운건 현상소 실수다.

색감이 적당히 진한데 따뜻한 것이 딱 내 취향이었다. 이때 처음 스캔본을 받아보고 색감에 반해버렸다.

ColorPlus 200

다음은 ColorPlus 200이다. 후지의 C200과 더불어 가장 많이 팔리는 필름이다. 색감은 많이 따뜻하다누렇다. 실내에서 오전 햇빛 반사광을 조명으로 찍을 때에 가장 잘 나온다.

보리

이름은 보리다. 기분이 좋으면 재채기를 한다.

Gold 200

인스튜디오 처음 가서 두 롤을 사왔다.
울트라맥스가 Gold 400이라고 하는 걸 본 것 같은데, 울트라맥스보다는 색 재현이 약간 떨어지는 것 같다. 컬러플러스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녹색과 노란색이 조금 더 강조된 것 같다.

사진은 경복궁 놀러가서 찍었다.

HANMOO

여자친구님. 꺄르륵

C200

컬러플러스만큼 잘 팔리는 필름이다. 필름 사러 갔는데 코닥 제품이 다 팔려서 두개 사봤다. 확실히 틴트가 녹빛이 난다. 낮에 풀 많은 곳에서 찍으면 괜찮게 나오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리 마음을 끌지는 못했다.

주안도서관

친구랑 도서관 가는 길

ProImage 200

컬러플러스보다 살짝 비싼데 패키지가 약간 전문가용 포스를 풍겨서 한번 사봤다. 도시 풍경을 담아내는 데에 탁월하다. 너무 강하지 않은, 구름 살짝 낀 오전에 야외에서 가장 잘 나오는 것 같다. 빛이 너무 세면 오래된 사진처럼 채도가 다 죽어버리고, 어두운 실내에서는 초록+파랗게 나온다.

집 앞

집 근처. 늘어진 전선을 볼 때마다 기타줄이 생각난다.

Portra 160

그 비싼 전문가용 필름이다. 많은 기대를 했는데, 나같은 초보자용은 아닌 것 같다. 입자가 곱다. 아주 고와서 스캐너가 성능이 좋은거였구나 체감할 정도다. 색감은 아주 솔직하다. 사진 전체를 덮어주는 따뜻한 색이 없어서 약간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피부를 정말 잘 표현한다. 사람을 찍을 기회가 몇 번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카페

강릉 어딘가

도로

삼각대 사서 신나게 돌아더니던 중 건진(?) 사진.

2020년 필름값 폭등

2019년 말에 코닥 필름값이 훅 뛰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필름 수요가 증가하다가 2019년에 정점을 찍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 라인을 배에서 항공 배송으로 변경하면서 재정 부담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코닥은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한 적이 없다. 유통업자들이 자기 맘대로 가격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배송비보다 저렴하던 필름이 7천원을 넘어가게 됐다. 그래서 B&H에서 샀다. 여긴 아직 5달러 미만으로 가격 유지중이다.

해가 바뀌고 4월이 된 지금은 다시 5천원 선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도 비싸다.

필름 시장이 워낙 작아서 몇 유통업체가 독점하는 구조이다 보니까 이런 사태를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미리 사놓는 수밖에…

마치며

이제 곧 벚꽃이 피는데 나갈 수가 없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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