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조용한 새학기

학교 가고 싶다

4월이다. 곧 중간고사 시즌이다. 벚꽃도 피고 있다. 그런데 학교를 안 가니 뭔가 이상하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해질 줄은 몰랐다20,002 개새끼. 학교가서 학교 밥 먹고싶다.

사이버 강의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다. 전례없던 일이고, 많은 교수님이 영상매체 제작에 덜 익숙하신 상태라 진풍경이 벌어진다.

강의를 진행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교수님은 정석대로 LMS에 강의 영상과 강의자료를 올리고 질문 게시판을 열어주신다. 어떤 교수님은 외부 강의자료 링크를 던져주신다. 어떤 교수님은 영상을 녹화하여 공지사항 게시판에 mp4 파일을 올리신다.

출석체크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딱 정해진 강의 시간에 청취해야 하는 강의, 당일이면 되는 강의, 넉넉하게 일주일 안에 보면 되는 강의. 어떤 강의는 과제나 인증샷을 요구하기도 한다. 교수님께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각자 채택하시다 보니, 교수님 맞춤형 출석 전략을 세우게 됐다. 어떤 강의는 당일에 바로. 어떤 강의는 주말에 천천히.

글이 더 편해

사실 사이버 강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일방적인 강의 포맷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이벤트이다. 내 앞에 주어진 것들을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여 기존의 것과 끼워 차곡 차곡 쌓아넣는, 때로는 비판과 가공을 거쳐 새로 써 넣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스스로 행해야 학습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쌓아올린 지식을 돌아보면, 그 학습을 촉발한 사람은 교수님이었지만 지식 자체는 내가 스스로 여기저기서 구해서 잘 익힌 뒤 흡수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소화 과정을 거친 지식들이 오래 남는다.

보통 강의는 지식 습득 과정에서 감각과 해석 부분을 대신 처리해버린다. 지식을 흡수하는 능동적 과정을 시각과 청각으로 주입하는 수동적 과정으로 바꾸어 버린다. 소화할 기회를 안 준다. 마치 혈관에 직접 개입하는 포도당 주사 같다.

이게 뭐가 나쁜가 하면, 높은 확률로 노잼이다. 뭐라도 재미있고 흥미가 돋아야 힘을 받아서 스스로 학습에 참여할 지언데, 나에게 노잼이 아닌 강의는 몇 개 없었다(내가 까다로운 것일 수도..).

이 단점을 보완하는게 토론과 발표인데, 발표는 몰라도 제대로된 토론이 작동하는 강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나마 대학 강의의 메리트는 교수님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일대일로 눈을 마주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오프라인 강의는 이를 제공해 준다.

사이버 강의에는 이 소통이 쏙 빠졌다. 언뜻 보면 강의의 컨텐츠가 다 있으니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문제다. 화자와의 살아있는 대화는 주입식 강의에서 유일하게 건질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게 빠지면 컨텐츠는 그냥 웹상에 돌아다니는 흔한 글과 다름이 없다.

아니, 글이 오히려 더 낫다. 나는 능동적인 정보 습득에 더 익숙하다. 글은 한 눈에 구성을 파악할 수 있다. 목차가 주어지면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고, 필요하면 검색도 할 수 있다. 글은 고도로 정제되었고 대부분 문어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가 유실되었거나 부정확할 가능성이 적다.

영상은 어떤가. 정보가 영상의 형태를 취하는 순간 시각적•청각적 퀄리티에 대한 평가의 잣대가 개입한다. 영상 매체에 대한 기대감은 아주 높아서, 상당한 수준에 달성하지 못한 영상 컨텐츠는 시청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으악 교수님 얼굴이 어둡다. 화질구지/음질구지다. 이렇게 되면 영상의 컨텐츠 자체에 집중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글로 표현하면 한 문장일 것을 표현하기 위해 수십, 수백 배의 컴퓨팅 자원이 소비된다. 이 무슨 낭비인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볼 수도 없다. 여기저기 귀찮게 재생바를 넘겨야 한다.

컨텐츠 생산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차단된 상태에서 글과 영상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글을 고를 테다.

졸업작품

이제 4학년 1학기라 슬슬 졸업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팀 프로젝트는 좀 시끌벅적해야 돌아가는데, 지금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아무도 먼저 나서지 않는다. 으으… 힘빠진다.

6월 10일이 발표회니까, 딱 두 달 하고도 하루 남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그 기간 안에 애초에 목표한 품질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앱 하나만 만들어도 한 달에 수정하고 조금씩 고치면 두 달은 금방이다. 아, 때려치고싶다.

현실은 실망스럽다.

방학같다

몸이 적응을 못 했다. 4월인데 아침에 학교를 안 가는 삶은 처음이다. 아, 이게 휴학생의 기분인가. 차라리 휴학을 때려버릴까 싶다. 4월 19일까지란다.

20학번 새내기 안쓰럽다. OT도 MT도 신입생 환영회도 없고, 개강총회도 심지어 개강도 없고, 시작부터 서버 펑펑 터지는 온라인 강의라니. 작년에는 미세먼지 파티에 올해는 감염병. 갈수록 비극적이네. 새내기 여러분 화이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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