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불안

어떻게 먹고 살 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내년이면 벌써 졸업입니다. 1학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슬프네요. 동기들 중에는 이미 일자리를 구한 이들도 많이 보입니다. 보통 대학 졸업과 취직 사이의 공백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지요. 사회가 그렇게 등을 떠미는데 거기서 자유롭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향했지만 그 영혼도 나이 차면 집 구하고 차 사고 결혼도 해야 하는 한국인의 신체 안에서는 딱히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입니다.

남자 동기들은 2학년을 마치고 대부분 군대로 떠났습니다. 지금은 다 전역하여 학업과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요. 저는 조금 다른 길을 갔습니다. 아직 군대라는 초대형 퀘스트가 남아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 즈음 이미 복무중이어야 했지만, 조금씩 미루다 보니 어느새 1년이나 더 미뤄졌네요. 어느 집단에서 1년 넘게 잘 지내본 적이 드물고, 늘 개인주의 만세를 외치는 제게 군대란 참 두려운 곳입니다만, 일상에서 힘들 때 에이 군대도 갔다 올건데 이걸 못하겠나 하고 극복할 용기를 주는 신기한 곳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기라도 하면 조금 덜 하려나요.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 속에 그림을 그려 보아도 직접 보지 못해 미지의 두려움만 가득합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안 하면 바보 되는 것 같습니다. 딱히 그 대열에 합류할 생각은 없었지만 증권 계좌 만들면 해외주식 한 주 준다는 말에 혹해 계좌를 하나 개설하고는, 충동적으로 어릴 적 꿈인 애플 주주 되기 를 이뤄버렸습니다. 돈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저축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모아둔 돈이 좀 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얼마 모았는지 궁금해지고, 조바심도 생깁니다. 통장도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돈이 있어야 자유롭게 살 수 있지만, 돈 때문에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같이 마음이 허하면 돈이라도 쌓아 놓아야 멘탈이 그나마 버틸 수가 있기도 하구요.

사실 배우고 익혀 쓰는 일에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가치관과 철학에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 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코드 한 줄을 짜도 예쁘고 튼튼하게, 읽기 쉽게 짜고 싶은데, 이런 생각이 환영받는 곳이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코드를 아름답게 짜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아름다운 애플리케이션을 전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코드, 사용자 친화적인 앱. 둘은 떨어질 수가 없지요. 개발에도 세부 전공이 있다면 제 특기는 코드 클리너인 것 같습니다. 악취 나는 코드를 덮고 가는 것은 맨정신으로는 못 하겠어요.

불안하고 두려운 것들을 고백하고 내려놓을 때 사람이 가장 강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숨기기에 급급해질 때 자신이 가장 초라해집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털어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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