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을 보러 자주 다닙니다. 이번 달에만 벌써 3번 다녀왔는데요, 크리스마스에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열리는 이제님 공연도 벌써 내일입니다. 덕질 영업중 그리고 또 비교적 최근에 푹 빠진 가수로 데이먼스 이어님이 있는데요, 애플뮤직이 추천해준 노래로 입덕했다가 전곡 돌려놓는 중입니다.
연말 단독 공연!
아무튼 가수님이 연말에 공연을 하시는데 그걸 티켓 오픈한지 2주가 넘게 지나서 알아버렸습니다..; 취소표를 구하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다른 일들(누워서 멍때리기, 잠자기 등)을 모두 제쳐두고 예매창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봇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소스는 여기에 있어요 :)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티켓 예매 프로세스를 보면 이렇습니다:
- 예매페이지 새로고침.
- 빈 자리 있는지 확인.
- 자리 있으면 예매 진행.
여기서 1
과 2
는 손가락과 눈만 있으면 뇌 없이도(?) 반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략 지정된 URL로 요청을 쏘아 받은 응답을 계속 비교해가며 변화가 생길 때에 저에게 알려주면 되는 것이죠.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예매 페이지 준 실시간 스크래핑.
- 알림 전송.
만들어 봅시다
기본적으로 커맨드라인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간단한 파이썬 스크립트의 모양을 가집니다.
예전에 매우 비슷한 스크립트를 하나 만들어 사용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새로 프로젝트 설정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가져다 쓰기로 했습니다. 마침 SMS를 보내는 부분도 모두 구현되어 있어 알림 파트까지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었죠.
다만 이번에는 조금 범용성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특정 페이지에만 국한할 필요 없이, 웹상에서 인증 없이 GET
으로 접근 가능한 모든 URL에 대해 변화를 감지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행 파라미터는 넘겨주기: argparse & 환경변수.
스크립트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행 정보가 필요합니다:
- 관찰할 URL
- 요청을 날리는 간격
- 알림 SMS를 보내는 데에 사용할 인증 정보 등
이 있는데요, 이중 SMS 발송 인증 정보는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환경 변수에서 가져오기로 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귀찮아서요
URL과 요청 간격은 명령줄 인자로 받기로 했습니다. 파이썬 3은 argparse 모듈을 제공하는데요, C나 쉘 스크립트에서 제공하는 getopt
보다 훨씬 편합니다.
# main.py
parser = ArgumentParser(description='어느 파이썬 스크립트')
parser.add_argument('--target', required=True, dest='target', help='관찰할 URL')
args = parser.parse_args()
target = args.target
print(f'target: {target}')
$ python3 main.py --target 'ㅎㅇㅎㅇ'
target: ㅎㅇㅎㅇ
사용법은 직관 그 자체입니다. add_argument
메소드는 명령줄 인자의 타입이나 필수 여부를 포함해 아주 많은 옵션을 제공합니다. 필요할 때에 문서에서 찾아다 쓰면 됩니다.
일정 간격마다 작업 수행하도록 스케줄링: schedule
메인 루프는 간단하게는 그냥 while
루프로 작성해도 되지만, 주어진 간격마다 웹페이지 내용을 비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1시간마다 스크립트 동작 상태를 출력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루프를 돌 때마다 마지막으로 로그를 출력한 시간을 체크하여 1시간 초과인 경우에만 출력하도록 만들어도 되지만, 딱히 내키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고 멀티프로세스 또는 비동기를 동반하지 않는 모듈을 찾아보다가 schedule을 발견하였습니다.
import schedule
import time
def job():
print("Good working...")
schedule.every(10).seconds.do(job)
while True:
schedule.run_pending()
time.sleep(1)
정말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행하려는 작업이 정말 길고 무거운 것만 아니라면 가볍게 쓰기 좋습니다.
사용자에게 알림 보내기: SMS
티케팅이라는 특성상 실시간성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도달 시간이 짧은 슬랙/디스코드/텔레그램 봇을 사용하는 편이 합당하였으나, 매우 귀찮고 졸렸기 때문에ㅠㅠ 위에서 이야기한 예전 프로젝트의 SMS 전송 구현체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였습니다.
사용기
배포도 귀찮아서 그냥 집에 있는 라즈베리파이 서버에 pm2
로 간단하게 띄워 놓았습니다. 정말 믿음직하게 자리가 빠질 때마다 알림이 잘 도착했습니다.
알림이 올 때마다 신속하게 반응한 결과 간신히 취소표 하나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ㅠㅠ 1시간 투자 치고는 나름 큰 정신적 행복을 얻었습니다.
Update: SMS 대신 슬랙 봇으로
1초에 5번씩 예매창을 체크하도록 만들어 놓았고, SMS 도달 시간이 최대 10초 정도이니 최악의 경우 11초 가량 지연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알림을 받고 예매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미 자리가 사라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더 빠른 알림 채널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선택지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방법 | 도달 시간 | 비용 | 사전 준비 |
---|---|---|---|
SMS | 최대 10초 | 건당 20원 | 개통된 휴대전화 |
슬랙 봇 | 최대 2초 | 무료 | 워크스페이스에 참여 |
디스코드 봇 | 측정 안 해보았으나 2초 미만으로 추정 | 무료 | 서버에 참여 |
텔레그램 봇 | 측정 안 해보았으나 2초 미만으로 추정 | 무료 | 채널 구독 |
디스코드는 따로 서버를 파기가 귀찮고, 텔레그램도 앱 설치하기 귀찮아서, 워크스페이스 만들기도 봇 만들기도 가장 간단하다고 기억하는 슬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슬랙 쪽 준비
1. 슬랙 워크스페이스 만들기
개인용 워크스페이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2. 봇(앱) 만들기
앱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3. 웹훅 URL 가져오기
앱 설정에서 Activate Incoming Webhooks를 활성화해주고 Webhook URL을 가져옵니다.
이제 저 URL로 POST
요청을 쏘기만 하면 슬랙 앱으로 알림이 옵니다.
스크립트 쪽 준비
코드도 조금 바꾸어 줍니다. 이제 인증이고 HMAC이고 필요 없습니다! 그냥 URL로 요청만 쏘면 됩니다.
# SlackBot.py
from requests import request
class SlackBot:
def __init__(self, web_hook_url):
self._web_hook_url = web_hook_url
def send(self, text: str):
print(f'Sending to Slack: {text}')
return request(
method='POST',
url=self._web_hook_url,
headers={'content-type': 'application/json'},
json={'text': text}
)
요렇게 만들어 주고, 아래처럼 호출하면 되는거죠:
from lib.SlackBot import SlackBot
slack_bot = SlackBot("적절한 URL...")
slack_bot.send("적절한 메시지...")
업데이트 후 사용기
확실히 알림이 빨라져서 편합니다. 그리고 SMS의 경우 건당 20원씩 빠져나가니까 알림이 계속 올 때에 심적 압박이 조금 있었는데, 이제 해방입니다.
메시지 내용도 조금 자세하게 꾸며 보았습니다.
마무리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늘 생각이 많아집니다. 좋은 자리 잡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괜히 취소표 알림이 없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배포는 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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