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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봇-세그웨이 es4를 구매하고 타고 다닌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그 중 총 26일간 주행하며 느낀 점들을 써보고자 한다.
외관
상품 사진
나인봇이 샤오미를 등에 업고서는 세그웨이를 인수 합병해버렸다. 세그웨이의 센스를 물려받아 디자인은 아주 잘 빠졌다. 휠 크기 8인치 경량 킥보드 중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 ‘그냥’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다. 딱히 성능에 집중한 것도 아닌데 디자인 별로인 제품들. 그런 제품들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구조
무게중심
외관은 눈으로 보아서는 참 좋은데 엔지니어링적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배터리와 모터가 앞쪽에 달려 있어 무게 중심이 심히 편중되어 있다. 전륜구동 킥보드 대부분이 공유하는 한계라 주행중에는 그러려니 하지만, 내려서 끌고 갈 때에 뒷바퀴가 너무 가벼운 것이 종종 거슬린다. 앞바퀴 모터의 저항 때문에 조금만 빠르게 끌고 가면 뒷바퀴가 들썩들썩한다. 완전히 들리면 차체가 발목을 강타하는 수도 있다. 그러면 매우 아프다.
서스펜션
앞바퀴 서스펜션이 상당히 아쉽다. 일단 서스펜션이 바퀴 양쪽으로 달려있는 형태가 아니다. 봉과 바퀴가 연결되는 곳에 하나 달려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축이 바퀴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좌우로 돌아가면 안 되지만 위 아래로는 움직여야 한다. 좌우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육각 형태로 결합되어 있다. 허나 서스펜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유격이 필수이므로 조향에 유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결국 서스펜션 작동에 의해 금속이 갈려나가 유격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스펜션의 트래블(깊이)이 아주 얕다는 것이다. 뒷 서스펜션 없는 킥보드는 있어도, 앞 서스펜션 없는 킥보드는 없다. 앞 서스펜션은 매우 중요하다. 충격을 전면에서 받아야 하고, 하중도 많이 받아내야 한다. 그런데 깊이가 얕다. 얕기만 한게 아니라 서스펜션이 완전히 눌리면 굉음이 난다. 달리다가 손가락 만한 턱을 밟으면 앞 서스펜션에서 아주 크게 딱 소리가 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주 놀란다. 그래서 고르지 못한 노면을 만나면 점프해서 지나가는 버릇이 생겼다.
뒷 서스펜션은 나쁘지 않다. 앞 서스펜션만 달린 공유 킥보드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나은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아, 제 기능을 잘 수행하는 것 같다. 다만 뒷 서스펜션 부품이 땅바닥을 항해 노출되어 있고, 다소 부피가 크기 때문에 조금만 큰 턱을 지나가면 땅바닥에 쓸리기 쉽다. 흠집만 나도 마음아픈데 금속 부품이 막 갈려있으면 상심이 크다.
승차감
앞바퀴 8인치, 뒷바퀴 7.5인치. 통타이어다. 이 안좋은 조합으로 승차감은 땅바닥에서 맨몸으로 구르는 수준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앞뒤 서스펜션의 공조로 ‘타고 다닐만한 정도’까지는 된다. 서스펜션은 길을 가다가 갑작스러운 높이 변화나 턱을 마주했을 때에 빛난다.
하지만 서스펜션은 보도블럭같이 작고 연속적인 굴곡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게다가 바퀴가 통타이어인 탓에 바닥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인도로 올라가면 달달달달 거리는 것이 발목이 간질간질한 기분이다. 마치 너는 법적으로 125cc 스쿠터와 같으니 당장 인도에서 벗어나 차도로 다니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가속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스로틀을 당기면 죽죽 나간다. 보조배터리(밑에서 다룬다)를 장착하면 더 빠르게 가속하고 최고 속도도 빨라진다. 힘도 좋아진다.
감속도 나쁘지 않다. 전기를 회수하는 회생 제동이라는 것도 배터리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약간의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다만 이 킥보드에는 ‘정지’라는 개념이 없다. 브레이크는 감속만 시켜줄 뿐, 정지는 사용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 때문에 변수가 많은 곳에서는(이면도로 등) 바로 뛰어 내려서 멈출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만 달리는 것이 좋다.
배터리
봉에 내장 배터리가 들어 있다. 37v에 5.2Ah, 192W다. 3.7v에 2600mAh짜리 셀을 10개씩 묶어 두 줄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셀 용량이 낮아 아쉽다.
상품 소개에는 25km를 간다고 써 있는데, 그건 우리에겐 해당 없을 확률이 크다. 가벼운(70kg 미만) 사람이 느린 속도로(15km/h) 고른 평지를 바람 없는 따뜻한 날에 달릴 때에나 나오는 수치다.
실제로는 생각없이 스로틀 당기다 보면 8km도 못 간다. 이걸 아는지 나인봇-세그웨이는 보조배터리를 같이 판매한다. 용량은 192Wh로 내장 배터리와 같다. 이걸 장착하면 주행 거리가 두배가 되고, 최고 속도가 30km/h로 올라간다고 한다.
확실히 보조배터리를 장착하니 성능이 향상되었다. 원래 모터가 가지고 있던 힘을 내장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조배터리 장착 이후 주행 거리 걱정이 사라졌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통타이어로 인한 주행 피로감 때문에 운행을 그만둘 것이기 때문이다.
내구도
핵심 부위는 견고한 금속으로 되어 있다. 상품 설명에 따르면 항공 수준의 알루미늄을 사용했다는데, 아무튼 땅바닥에 긁히면 흠집 난다.
목 부분은 걱정과 달리 튼튼하다. 삐걱거림도 없고 잘 파손될 것 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이 킥보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앞 타이어다. 200km밖에 안 탔는데 타이어가 평평해졌다. 동력이 가장 먼저 전달되는 부분인 만큼 마모 정도가 아주 심하다. 반면 뒷 타이어는 새것의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 타이어는 뒷 타이어와 다르게 차체를 땅으로부터 띄워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끌고 나가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킥보드는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이면도로에서만 살살 달리는게 모두에게 이롭다.
과연 킥보드는 도로에서 타고 다니는 진지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일단 높은 무게중심과 작은 바퀴의 한계는 절대로 극복될 수 없다. 노면 상태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형 극복 능력은 반드시 요구된다. 허나 킥보드의 지형 극복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최고속(30km/h)으로 달리다가 아스팔트가 깨진 틈을 밟으면 그대로 넘어진다.
차에 비해 느린 속도 또한 문제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차도의 오른쪽 차선으로 다녀야 한다. 그런데 시내의 제한속도는 50km/h, 킥보드의 법률상 최대 속도는 25km/h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차선을 점유하여 제한 속도(25km/h)를 지키고 뒷 차들의 클락션 세례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갓길로 다니며 옆에서 쌩쌩 지나가는 차들과 충돌하지 않기를 기도할 것인지. 둘 다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위의 이유들로 인해 전동킥보드는 아직 제대로 된 이동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갈 때에 쓰면 참 좋다.
살까 말까 고민될 때에는
일단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거리에 공유 킥보드가 많다.
위에 나열한 수많은 단점에도 이걸 타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는 좀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어른의 장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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