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적응해버렸다.
 2024년 3월 15일
  
여행도 400일이 다 되어가니,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하던 것들이 이제는 그럭저럭 겪을만 한 일들이 되어버렸다.
처음 온 날에는 “내 친구들은 이걸 다 했다고…? 진짜..?” 정도의 기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이지 달이 차오르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리는 것 같았고, 작고 소즁한 내 자아 같은 건 숨쉴 공간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내가 살 곳을 찾아 이곳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 삶에 익숙해지다 보니 조금씩 살 길을 찾은 것 같다. 대략 1년에 걸친 자체적 처우 개선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새 나는 많이 바뀌었다. 모르던 곳에 가서 모르던 이들을 만나고 모르던 일들을 하며 시야가 넓어졌다. 이전 같았으면 단편적으로 바라보았겠으나,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들도 많다.
그러나 한 가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적응해버린 나는, 눈 앞에 밀려들던 문제를 해결한 것인지, 아니면 체념하고 회피하는 사람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후자의 사람이 되기 싫었으나, 그렇게 되어만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Comfort zone에 빠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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