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백하건대,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전역을 앞두고 “ 나가서 뭐 하지 ”라며 고뇌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이 곳에서의 삶이 편안하고 안정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있을 수 없는 것으로서, 치욕과도 같은 패배와 순응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줄곧 부정해왔지만 이번 휴가를 통해 깨달았다. 이곳이 마치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는 집처럼 느껴졌다는 것을.
이유는 명료하다. 잘 알고 원래 속하던 곳이 이제는 잘 모르는 곳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고, 아무리 인터넷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다 한들 물리적 제약이 만든 경험의 제한은 어쩔 수 없다. 점점 바깥 세상과 바깥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진다. 어느덧 이 감옥같던 곳은, “알 수 없는 바깥 세상보다 훨씬 익숙하고 편한 곳”이 되어버린다.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여기에서는 눈을 피해 하고싶은 것 대부분 할 수 있고 딱히 어려운 것도 없다. 잘 꾸며진 방(?)도 있고 친구들도 있다. 반면 저 밖에서는 이어폰 착용하고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에서 다리 꼬아서 앉아있다가(다리가 길어서 쩍벌 아니면 꼬인다…) 신고당할까봐 늘 조마조마하고, 집에 와도 먼지쌓이고 이것저것 많이 바뀌어서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방이 있을 뿐이다. 보고싶은 사람 볼 수 있는 것 말고는 그닥이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전역하고 나면 다시 군 이외의 세상과 사람에 적응하는 데에 한참 걸릴 것 같다. 익숙함이란 무섭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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