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체념, 순응

포기하면 편해

어쩔 수 없는 것, 받아들이는 것, 그만두는 것, 인내하는 것.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요즈음 점점 더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것을.

기억 속의 나는 한때 불의에 항거하고 세상에 자아를 펼치며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부터 조금씩 기울어갔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나 하나로는 변하지 않는 세상이 억울하기도 했다.

소중한 자아를 지키고 싶었다. 나의 욕구를 존중하고 원하는 대로 사는 것만이 나다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소중했던 누군가에게도 이해받고 싶었고 받아들여지고 싶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러나 생긴 대로 살기에는 너무나도 못 생겼던 모양이다. 자아가 산산조각 났다.

“나답게” 살기를 포기했다. 포기하면 정말로 편했다. 이대로 연명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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