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 밤 사이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주변의 사람들과 시차가 반나절씩 벌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 이거저거 하다 보면 자는 시간이 늦어지는 까닭도 있고 새벽에 가장 무언가에 집중이 잘 되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집중이 잘 된다는 건 생산성이 매우 올라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새벽에 코드를 짜면 가장 잘 된다. 방해하는 요소도 없고 다들 잠들어 있으니 누군가와 말할 일도 없다. 온전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영혼을 갈아넣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렇게 심취해서 무언가를 질리도록 하고 나면 잠시 쉬며 생각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때에는 새벽의 적막함이 조금 낯설게 다가온다. 자랑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카카오톡을 거의 매일 들여다보면서 살고 있다. 확실히 사회적 활동이 주는 쾌락이 크긴 하다. SNS 중독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허나 때론 지나치게 연결된 상태가 조금 우려되기도 한다.
우려에는 이유가 있었다. 연결된 상태에서는 사회적 갈증을 해결하니 좋긴 한데 스스로에게 집중할 기회가 없었다. 외부로부터 나를 완전히 격리하면 아주 평온한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런 게 언제인지 떠올리기 힘들었다.
달리 묘사하자면 비 사회적인(반 사회적인게 아니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본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정신이 조금씩 메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결핍을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은연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흘 전 탁자 위에 놓인 카메라를 보고 충동적으로 새 필름들을 주문했다. 안 읽던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혼자 남겨진 밤은 길다. 나에게 말을 걸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악순환의 반복. 엄지손가락을 멈추고 조용한 주변을 마주할때 몰려오는 공허함을 버티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중독을 끊어내는 것. 그래서 글을 쓰러 왔다.
글을 쓰는 것은 확실히 소셜 미디어를 탐독하는 것보다 낫다. 언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사회적 활동은 아니다. 독자와의 소통이 존재하긴 하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즉각적이지도 않다. 글을 사용하면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도 있다. 그 집중의 상태가 SNS 중독에 의한 도파민 과다분비처럼 파괴적(=지속 불가능)이지도 않다.
혼자로서 존재하는 시간은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사람과의 교류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진(혹은 그런 사람들만 살아남은)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타인과의 소통과 나를 돌보는 것 사이의 균형.
균형을 깨부수는 숨은 요인이 있다. 지금 주변에는 사람이 혼자가 되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달한 통신 기술과 미디어, 손 닿는 곳에 놓인 스마트폰, 거기에 띄워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웹브라우저… ‘연결’이라는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숭상하는 세상이다. 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분간은 ‘비연결’의 비중을 조금 높여야 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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