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는 개발자의 마음가짐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주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꽤나 큰 금액이었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일을 맡게 되어서 기쁘다는 마음 보다는,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아무 것도 몰랐지만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꺼지는 비주얼 스튜디오와 씨름하고, 유튜브로 C# 강의도 찾아보며 정신없이 몇 주를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좀 뭐라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배워가며 꾸역꾸역 완성은 했습니다. 당시에는 프로그램이 작동하기만 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솔직히 그 이상은 조금 벅찼던 것 같습니다.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이후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듣고 개인적으로 이것 저것 만들어 보며 점점 더 배움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소스 코드는 돌아만 가면 끝이 아니라는 것을요. 똑같은 동작을 하는 프로그램이어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고 나니,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칭하기에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예전 코드를 열어 보니 매우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나는 개발자로 불리기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내가 이 실력으로 돈을 받고 일해도 될까?”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개발자로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 할까요? 아직도 선뜻 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 소속의 개발자로 돈을 받고 일을 할 때에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곤 합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최대한 상식적으로 만들자.’

‘이 코드를 보게 될 사람들의 기분을 생각하자.’

제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를 개발자라고 소개하기 조금 어색합니다.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윤리와 의무(?)를 다하려고 매 순간 노력합니다. 머리에 든 것을 최대한 손실 없이 기록하거나 상대방과 나누려는 노력, 이 코드를 읽게 될 누군가가 당혹스럽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 배려, 필요할 때에 발휘하는 용기 등등…

아무래도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계속 스스로를 의심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직까지는 개발자보다는 코딩변태로 불리는게 더 편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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